이태원 어느 허름한 건물, 숯불 위에서 피어나던 기억

이태원 거리 작은 공간에서 꼬치구이와 소주 한 잔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사이, 문득 떠오른 좁고 낮은 건물. 그 안에선 한 일본인 사장님이 작은 숯불 위에서 정성스럽게 꼬치를 굽고 있었다. 기다림조차 즐거웠던 그 공간의 기억.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목.
지금은 트렌디한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선 거리지만,
그 오래전 어느 밤엔 허름한 건물 1층과 지하를 터서 만든 꼬치구이 가게가 있었다.

정확한 주소도, 간판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 또렷한 건—
작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조그만 숯불 위로 퍼지는 연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

그 가게 사장님은 일본 분이었다.

 

“야키토리(やきとり)”라는 이름처럼,
직접 손으로 부채질하며 하나하나 구워내던 꼬치들.

요즘처럼 기계나 프라이팬 대신
정말 ‘숯불’로, 정성껏.

 

 

처음 갔을 땐,
꼬치 하나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속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첫 입 베어무는 순간—
기다림이 다 사라졌다. 아니, 오히려 그 시간이 고마워졌다.

좁은 매장, 바닥을 드르륵 긁으며 오가는 의자,
그리고 1층 밖으로 흘러나오던 꼬치 연기.

 

지나가던 사람들도 한 번쯤은 “어? 여기 뭐야?” 하며 고개를 돌렸던.

안주는 몇 개 없고,
메뉴판도 낡은 종이 한 장뿐이었지만
그 공간 안엔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그땐 사람들이 술 한 잔 하며 기다리는 걸 당연하게 여겼고,
사장님은 손님과 대화도 별로 없이 묵묵히 숯불 앞에 서 있었지.

 

 

요즘은 그런 가게, 잘 안 보인다.
빠르게 나오고, 깔끔하게 먹고, 바쁘게 나가야 하는 요즘.
그 허름한 꼬마빌딩과 숯불 위 꼬치들처럼
‘기다림을 허락하던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걸

뜬금없이 담배 한 대 피는데 왜 생각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