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언제 건물을 산다.
그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세상에 대한 신호가, 아주 작게라도 바뀌었다고 느낄 때다.
2025년 3월, 서울의 업무·상업용 건물 거래는 148건.
불과 한 달 전보다 **25.4%**나 늘었다.
표면적으로는 ‘거래 회복’이라 부르겠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라는 것이 있다.
📉 시장은 먼저 얼어붙었다
작년 내내 서울의 상업용 부동산은 고요했다.
금리는 여전히 높았고, 매수자와 매도자는 만나지 않았다.
거래량은 떨어지고, 매물은 쌓였다.
그렇게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2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신파이낸스센터(6620억), 크리스탈스퀘어(2068억)처럼 초대형 거래가 등장했고,
3월에는 논현동 도산150 빌딩이 1530억 원에 거래되며 시선이 집중됐다.
거래 건수는 늘었지만, 거래액은 줄었다.
그 말은 즉, 고액 거래보다는 ‘움직이기 시작한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 움직인 건, 가격이 아니라 마음이다
알스퀘어 류강민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거래건수와 거래액 모두 늘어난 상업용 빌딩 시장은 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투자 심리 개선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말은 중요하다.
지금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건 숫자가 아니라 감각이라는 것이다.
금리는 아직 내리지 않았고, 경제 지표는 복잡하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릴 것 같아서’, 그리고 ‘내렸을 때 늦지 않기 위해서’ 움직인다.
건물을 산다는 건 결국 예측을 사는 일이다.
현재가 아니라, 앞으로를 보고 사는 것이다.
🧭 도시는 미세하게 반응 중이다
2025년 3월의 거래 통계를 보면,
업무용 자산은 줄고, 상업용 자산은 늘었다.
이건 명확한 신호다.
대규모 자산을 운영하는 기관보다는,
소형 상업 자산을 매입하는 개인·소규모 법인 투자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작은 자본일수록, 더 빠르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 감성 한 스푼: 도산150이라는 이름
도산150 빌딩은 지금의 시세만 보면 평균 이상 가격에 거래된 건물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 건물에 ‘논현’이라는 입지를, ‘도산’이라는 상징을,
그리고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심리를 반영했을 것이다.
서울은 수많은 건물들로 가득 차 있지만,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건물’은 몇 개 없다.
사람들이 건물을 사기 시작했다는 건,
단지 거래량이 아니라 도시가 다시 자기 역할을 시작했다는 조용한 선언일지도 모른다.
🔎 요약
- 서울 상업용 건물 거래량, 3월 기준 전월 대비 25.4% 상승
-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심리 회복’을 유도
- 초대형 거래는 줄었지만, 1000억 원 이상 거래는 지속
- 개인·소규모 법인의 움직임이 시장 회복을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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