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랩 MAAC LAB

봄비는 좀 다르다.가을비처럼 쓸쓸하지도 않고, 여름비처럼 요란하지도 않다.조용히, 그러나 깊게 스며든다.그래서일까.유독 오늘 같은 날엔 우산을 들고도 걷게 된다.비를 피하기보다, 비를 느끼고 싶어서.🌡️ 따뜻한 비의 정체봄비는 과학적으로 ‘층운형 강수’에 가깝다.천둥도 없고 번개도 없고, 그저 오래, 가늘게 내린다.겨울 동안 차가워진 대지 위로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들어오면그 사이에서 비가 만들어진다.이건 무언가 충돌하거나 폭발해서 생긴 게 아니라,그저 ‘포개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만남이다.그래서 봄비는 부드럽다.🌱 봄비가 주는 신호비는 식물에게도 알림장 같은 존재다.씨앗은 물기를 만나야 깨어나고,꽃가루는 비에 씻겨야 땅으로 내려앉는다.우리 눈엔 그저 흐림이지만,자연에겐 ‘새로고침’의 타이밍이다.☔ ..

머리 좀 다듬어야겠다 싶어 평소에 가던 미용실로 향했다.익숙한 그 간판이 사라져 있는 걸 보니,그곳은 문을 닫은 모양이다.조금 아쉽지만, 뭐 어쩌겠나.바로 옆 골목으로 눈을 돌려 아무 미용실 하나에 들어갔다.안엔 할머니 한 분과, 30~4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 두 분이 있었다.나는 조용히 할머니에게 머리를 부탁했고,딱히 불안하지도 않았고, 어색하지도 않았다.오히려 결과는 꽤 마음에 들었다.무난하고 담백한 커트.아무 생각 없이 거울을 바라보며 앉아 있는데,마지막 드라이를 해주시던 할머니가갑자기 “드라이는 이렇게 해야 돼요” 하시며드라이 잘하는 법을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너무 낯설고 재밌어서 웃음이 났는데,또 막상 들어보니 꽤 유용한 팁이었다.머리는 잘 잘랐고, 드라이까지 배웠다.예상치 못한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