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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이들려주는이야기 9

이태원 어느 허름한 건물, 숯불 위에서 피어나던 기억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사이, 문득 떠오른 좁고 낮은 건물. 그 안에선 한 일본인 사장님이 작은 숯불 위에서 정성스럽게 꼬치를 굽고 있었다. 기다림조차 즐거웠던 그 공간의 기억. 이태원역에서 한강진역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목.지금은 트렌디한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선 거리지만,그 오래전 어느 밤엔 허름한 건물 1층과 지하를 터서 만든 꼬치구이 가게가 있었다.정확한 주소도, 간판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한 가지 또렷한 건—작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조그만 숯불 위로 퍼지는 연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그 가게 사장님은 일본 분이었다. “야키토리(やきとり)”라는 이름처럼,직접 손으로 부채질하며 하나하나 구워내던 꼬치들.요즘처럼 기계나 프라이팬 대신정말 ‘숯불’로, 정성껏. 처음 갔을 땐,꼬치 하나 나오기까지..

사람들은 언제 건물을 사기 시작할까

사람들은 언제 건물을 산다.그건 단순히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세상에 대한 신호가, 아주 작게라도 바뀌었다고 느낄 때다.2025년 3월, 서울의 업무·상업용 건물 거래는 148건.불과 한 달 전보다 **25.4%**나 늘었다.표면적으로는 ‘거래 회복’이라 부르겠지만, 그 이면에는 **사람들의 ‘심리 변화’**라는 것이 있다.📉 시장은 먼저 얼어붙었다작년 내내 서울의 상업용 부동산은 고요했다.금리는 여전히 높았고, 매수자와 매도자는 만나지 않았다.거래량은 떨어지고, 매물은 쌓였다.그렇게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하지만 2월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대신파이낸스센터(6620억), 크리스탈스퀘어(2068억)처럼 초대형 거래가 등장했고,3월에는 논현동 도산150 빌딩이 1530억 원에 거래되며 시선이 집중됐다.거래 ..

한강맨션,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강변의 자존심'이 다시 깨어난다

이촌동 한강맨션은 단순한 재건축 대상이 아니다. 반세기 넘는 시간을 강변에 버텨온 서울의 기억이며, 강과 도시의 관계를 품은 상징이다. 지금 그곳은 다시 깨어나고 있다. 🏙️ 서울 강변에 자리한 조용한 자존심서울 강북의 고요한 강변, 이촌동. 이곳에 자리 잡은 '한강맨션'은 1971년 처음 들어선 순간부터 특별했다.당시로서는 파격적인 5층 저층 설계, 모든 세대가 한강을 마주한 배치, 외국 대사관 직원과 기업 중역들이 거주하던 이곳은 단순한 아파트가 아니라, 서울의 수준을 말해주는 주거 공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았던 건물도시는 변했다. 강남은 치고 올라왔고, 여의도는 고층 빌딩으로 덮였으며, 마포는 트렌디한 곳이 되었다. 하지만 이촌동은 '조용히 품격을 지킨' 몇 안 되는 동네로 남..

도시는 결국 1층에서 머무른다 – 열려 있는 건물이 만드는 것들

유럽의 거리, 동남아의 골목, 그리고 서울의 몇몇 동네에는 닫히지 않은 1층이 있습니다. 펍, 베이커리, 오픈형 카페처럼 자연스럽게 바깥과 이어지는 공간들. 한국에선 겨울이 장애물처럼 느껴지지만, 그런 낭만을 즐기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결국 도시는 1층에서 사람을 만나고, 머무르고, 기억됩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나도 모르게 발을 멈추는 곳이 있다.유럽의 골목길,동남아 해변가 근처의 펍,그리고 서울의 몇몇 공간들처럼 —건물 1층이 ‘열려 있는 공간’일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머무른다.🍻 열려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초대다거리와 실내 사이에 명확한 ‘문’이 없는 곳.출입문 대신 시선과 발걸음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그런 1층은 단순한 매장이 아니라도시 속 소통지점이 된다.커피 한 잔을 들고 잠시..

강남·서울 도심에서 여전히 불이 꺼지지 않는 소형 상가 건물.거래는 멈췄지만 실수요와 임대는 계속 이어지는 현장을 담았다.

전국 부동산시장이 보합권에 머물러 있는 지금, 소비심리는 반등하고 있다. 수치는 멈췄지만, 실제 공간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 작은 괴리에서 우리는 어떤 신호를 읽어야 할까. 서울 수도권의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가 111.5를 기록했다. 100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 '심리적 상승국면'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실제 가격은 아직 큰 반등 없이 보합권을 유지하는 상황이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음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통계는 "아직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현장은 "곧 올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 이 괴리는 곧 숫자가 따라잡게 될 '행동의 선행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또 한 번의 착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시기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불 꺼지지 않는 그..

한남동의 오르막 골목, 왜 아직도 누군가는 여길 노릴까?

한남동의 오르막 골목, 좁은 도로와 작은 대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상업과 주거의 중첩,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구조를 통해 그 가치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 고급주택과 근생의 혼재, 대지 작아도 프리미엄의 구조 –서울 한남동. 지하철역에서 멀고, 골목은 비좁고, 대지는 작고, 주택과 근생이 섞여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의 건물은 여전히 비쌉니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비싸집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1. 비좁은 도로, 작은 대지 – 왜 사는가?한남동의 골목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정도로 좁습니다. 건물 앞 도로가 사실상 주차장이 되고, 상권으로 보자면 ‘노출 효과’는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대지 40평짜리 건물이 수십억 원에 거래됩니다.이유는 간단합..

첫인상이 전부는 아니다 – 내부 구조가 주는 반전

그 건물을 처음 봤을 때, 고객의 반응은 단호했습니다.“여긴 좀 아닌 것 같아요.”하지만 제가 내부 구조를 설명하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습니다.그날 이후, 그 고객은 다른 건물도 ‘겉’만 보고 판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점으로 보였던 건물도, 내부 구조를 알게 되면서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 본 글은 한 고객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건물 첫인상이 왜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지를 이야기한다. 1. “이 건물은 좀 별로네요”강남의 한 코너 건물이었습니다.외관은 낡고, 입구도 좁았고,무엇보다 건물 전면이 도로와 어긋나 있었죠.현장에서 함께 본 고객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습니다.“이런 건물은, 잘 안 나가지 않나요?”저는 미소를 지으며 내부 도면을 펼쳤습니다.“조금만 더 들어가보시죠...

낡은 건물, 그러나 구조는 완벽했다 - 어느 소형 코너건물의 역설

2025년, 서울에서 40억 이하 꼬마빌딩을 고를 때 겉모습이 아닌 구조만 본다면, 이 건물은 단연 상위권에 든다.📐 전층 근생 + 코너 2면 개방, 완벽에 가까운 구조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모두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되어 있으며, 건물은 코너 2면 개방으로 시인성과 채광이 매우 우수하다.1층은 천장고가 3.8M로 높아 카페, 로드숍, 펫 산업 등 다양한 업종 유치가 가능하며, 2층~3층 역시 단독 임대 가능한 구조다.📊 수익률과 개선 여지현재 수익률은 약 2.3%지만, 공실층 임대를 가정하면 약 3.1%까지 상승 가능하다.중구 코너형 근생 평균 수익률 상단은 3.3~3.5% →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 구간으로 판단된다.🔄 층별 포트폴리오 운용 가능층당 독립 출입이 가능하며, 전용 계단이 확보된 구..

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 2탄 – 성수동

성수동은 지금,서울 안에서도 가장 빠르게 자리를 바꾸고 있는 동네다.예전엔 구두공장이 많았고,기계 소리와 먼지가 가득한 골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페, 편집숍, 브랜드 쇼룸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이 변화는 단순히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단어로 정리되진 않는다.그 안에는공장 부지를 주거와 상업으로 바꾸려는 개발의 흐름,브랜드가 앞다퉈 입점하려는 투자 열기,그리고 자리를 지키려는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의 선택이 겹쳐 있다.  과거엔 철물과 기술이 오가던 거리였지만지금은 콘텐츠와 자본이 오가는 거리로 바뀌고 있다.건물은 그 변화의 가장 분명한 지표다.  노후한 근린상가가 사라지고높은 층고와 대형 창을 가진 신축 건물이 올라간다.건물주의 성격에 따라 외관은 유지되기도, 완전히 새로워지기도 한다.  이 구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