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상업용 소형 부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형 개발에 가려졌던 작고 오래된 건물들이 이제는 용적률과 입지라는 무기로 다시 이야기되기 시작한다. '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보자.
나는 서울의 한 자그마한 코너 땅 위에 선, 오래된 3층짜리 건물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하곤 했다.
“여긴 언젠가 허물어지겠지.”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바뀌었다. 허름하다는 시선 대신, '이 자리에 뭐가 들어설까?'라는 질문이 따라온다.
우리가 작다고 얕보지 마세요
내 대지는 80평 남짓. 그리 크진 않지만 일반상업지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내 가치는 달라졌다. 건축가들은 내게 말한다.
“이곳, 용적률이 800%까지 나와요. 위로도, 안으로도 쭉쭉 뻗을 수 있어요.”
이 작은 몸집 안에 오피스, 상가, 레지던스를 품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나, 그렇게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이 다시 돌아오고 있어요
최근 금리가 조금씩 안정되면서, 멈춰 있던 부동산 시장에도 다시 바람이 불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의 회복세와 함께, 나 같은 소형 필지에도 발길이 잦아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제 '크기'보다 '구조'를 본다. 누구는 나를 9층짜리 복합건물로 키워보자 하고, 누구는 소형 오피스텔을 얹자고 말한다. 각자의 꿈이 내 위에 그려지는 중이다.
나는 아직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오래된 건물은 그냥 철거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이 자리를 지켜온 시간만큼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수익률은 낮았을지 몰라도, 용적률이란 가능성을 품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가능성을 누군가가 발견하는 순간, 나의 역할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이다. 난 더 크고 강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결론: 땅은 크기보다 구조입니다
서울에는 아직도 나 같은 소형 부지들이 많다. 작고 낡았지만, 그 안에는 용적률 800%라는 비밀 무기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 무기를 어떻게 꺼내 써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건물도 말한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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