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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이 들려주는 이야기

《논현동 2층 카페, 그 시절의 음악이 들리던 곳》

MAACLab 2025. 4. 19. 15:14

 

논현동 언덕 끝에,
나무로 된 외벽과 철제 간판이 걸린
조용한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1층은 오래된 인쇄소였고,
2층은 밤 10시까지 재즈가 흐르던 작은 카페였죠.


그곳은 음악이 공간을 채우던 곳이었습니다.

들어가는 길은 계단이 아니라
좁은 골목 옆에 있는 외벽 계단이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찰칵’ 하고 벨이 울리고,
그 순간부터 다른 시간대가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밤 9시쯤이면 손님이 많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늘 LP판에서 흐르던
Bill Evans, Pat Metheny, 그리고 가끔은 이소라.

그 소리들이 창밖으로 비쳐나가던 논현동 밤거리와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그 건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작년 봄, 논현동을 다시 찾았을 때
그 자리는 이미 허물어진 상태였습니다.

공사 가림막에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신축 근린상가’
라는 큼지막한 안내판이 붙어 있었고,
그 뒤로는 기억을 더듬을 수 없는
깊은 공터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서 있다 돌아섰던 기억이 납니다.


공간은 사라지지만, 풍경은 남습니다.

그 2층짜리 카페,
LP에서 흐르던 음악,
창가에서 보이던 밤의 논현동—
모두 지금은 사라졌지만,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그때 그 분위기로 남아 있습니다.

건물은 재건축되었지만,
그 건물을 기억하는 우리는,
그 풍경을 다시 꺼낼 수 있습니다.


🎧 지금도 가끔

그 시절의 재즈 음악을 틀면
그 건물이 내 안에서 다시 세워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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