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언덕 끝에,나무로 된 외벽과 철제 간판이 걸린조용한 2층짜리 건물이 하나 있었습니다.1층은 오래된 인쇄소였고,2층은 밤 10시까지 재즈가 흐르던 작은 카페였죠.그곳은 음악이 공간을 채우던 곳이었습니다.들어가는 길은 계단이 아니라좁은 골목 옆에 있는 외벽 계단이었습니다.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찰칵’ 하고 벨이 울리고,그 순간부터 다른 시간대가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밤 9시쯤이면 손님이 많지는 않았어요.하지만 늘 LP판에서 흐르던Bill Evans, Pat Metheny, 그리고 가끔은 이소라.그 소리들이 창밖으로 비쳐나가던 논현동 밤거리와 묘하게 잘 어울렸습니다.그 건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작년 봄, 논현동을 다시 찾았을 때그 자리는 이미 허물어진 상태였습니다.공사 가림막에는‘지하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