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듬이나 습진을 유발하는 곰팡이로 알려졌던 ‘말라세지아’가 사실은 항생제 내성 세균에 맞서는 천연 항생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작은 균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비듬이 생기면 보통 ‘샴푸를 잘못 썼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두피가 간질간질하고, 어깨에 떨어진 하얀 가루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비듬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인 곰팡이균이 천연 항생제로서 인류의 구세주가 될 수 있다면?
🧫 그 이름은 ‘말라세지아’
사람의 피부 표면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공존한다.
그 중에서도 **말라세지아(Malassezia)**는 피부 표면의 피지를 먹고 사는 대표적인 균류다. 얼굴, 두피, 심지어 가슴이나 등처럼 피지선이 발달한 부위에 흔히 서식하며, 대부분은 무해하거나 오히려 피부 균형에 기여한다.
하지만 이 말라세지아는 환경이 맞지 않거나, 면역이 약해질 때 과도하게 증식하면서 비듬, 지루성 피부염, 습진 등을 유발할 수 있어 그간 ‘피부 트러블의 원인균’으로 주목받아 왔다.
💥 그런데 이 균이 항생제를 만든다고?
미국 오리건대학의 연구팀이 말라세지아의 지방 대사 부산물 중 항균작용을 하는 물질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10-hydroxy-palmitic acid(10-PH)**라는 지방산으로, 놀랍게도 **황색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에 대해 항균 작용을 보였다.
황색 포도상구균은 인류를 괴롭히는 대표적인 내성균 중 하나다.
병원 내 감염, 피부염, 패혈증의 원인이 되며 기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MRSA의 형태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말라세지아는 자신과 서식 공간을 두고 경쟁하는 세균을 견제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항균 물질을 분비해 왔던 것이다.
⚠️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하지만 단서는 된다
아쉽게도, 이 항균 지방산 역시 세균이 빠르게 내성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단독 치료제로 쓰이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 개발에 충분한 영감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 기존 항생제와 병용투여할 경우 시너지 가능성
- 항생제 내성 세균을 억제하는 보조제 역할
- 피부 환경 조절을 통한 국소 감염 억제 등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곰팡이균이 가진 방어 능력이 인간에게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깊다.
🌍 과학은 결국 공존을 이해하는 과정
말라세지아는 우리 몸 어딘가에 항상 존재하는 생물이다.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가 알지 못한 방식으로 이로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과학이란 결국 자연의 질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해석 속에는 언제나 우리가 놓쳤던 새로운 기회가 숨어 있다.
비듬 때문에 미움을 받았던 이 작은 균이
언젠가 항생제 내성의 벽을 깨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세상에는 정말 쓸모없는 존재란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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